Page 27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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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27



               내,일찍이 스님의 영정을 살펴보니,늘어진 턱과 부리부리한 눈

            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氣)가 초연하기 때문에 감히 범할 수
            없을 것 같았다.스님의 영정에 제(題)를 쓰는 바이다.



                 쇠똥 불에 맛있는 토란만을 알 뿐인데
                 사신이 어찌 그릇에 묻은 붉은 새 흙을 알겠는가
                 허연 콧물 닦을 마음 아예 없는데
                 속인 물음에 대답할 시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糞火但知黃獨美 銀鉤那識紫泥新
                 尙無心緖收寒涕 豈有工夫問俗人




              9.집착에 대한  율부 의 가르침




                율부(律部)에 말하였다.
               “예전에 몹시 혼란한 나라가 있었는데,백성들 모두가 앞을 다투

            어 다른 나라로 도망가서 한길가에 있는 집까지도 완전히 텅텅 비
            어 있었다.한 늙은 병사가 지나가는 길에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집으로 들어가 보니,어린아이가 천장 대들보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늙은 병사가 어린 아기의 눈길을 따라 바라보니,대들
            보 위에는 밥꾸러미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그러나 밥꾸러미를 내려
            보니,그것은 밥이 아니라 타다 남은 재였다.어린아이는 밥꾸러미

            의 재를 보자마자 죽어 버렸다.이는 그의 어머니가 아이를 버리고
            가면서 차마 죽이지 못하고 대들보 위에 이 밥꾸러미를 걸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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