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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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21
끝나자마자 발아래 구름이 피어오르고,그는 구름을 타고 왕 앞에
가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왕은 때마침 종승에게 질문을 하다
가 갑자기 구름을 타고 오는 바라제를 보고 깜짝 놀라 문답마저
잊고서 이렇게 물었다.
“공중에 날아오는 이는 정도(正道)인가,사도(邪道)인가?”
“ 나는 바른 것을 삿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삿된 것을 바르게
하러 왔소만 왕의 마음이 바르다면 나에겐 삿됨도 바름도 없을
것이오.”
왕은 그의 말에 놀라면서도 자만심이 타올라 종승을 쫓아 버
렸다.그러자 바라제가 말하였다.
“왕에게 도가 있다면 어찌하여 사문(沙門)을 쫓아내시오?내 비
록 아는 것은 없지만 왕은 무엇이든 물어보시오.”
이에 왕은 화를 내며 물었다.
“어떤 사람이 부처입니까?”
“ 성품을 보는 이가 부처입니다.”
“ 대사는 성품을 봅니까?”
“ 나는 불성을 봅니다.”
“ 불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 불성은 작용(作用)하는 데 있습니다.”
“ 무슨 작용이기에 지금 나는 볼 수 없습니까?”
“ 막상 작용이 나타나 있는데도 왕 스스로가 보지 못할 뿐입니
다.”
“ 나에게도 있습니까?”
“ 만일 왕께서 작용을 한다면 어디나 있지만 작용을 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