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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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오가정종찬 상
듯이 누워 있었다.스님이 손가락질하며 말하였다.
“여기가 어디라고?”
“ 삼세 모든 부처와 육대 조사,그리고 천하의 노화상도 모두
이 속에서 나왔습니다.”
“ 이 노승이 들어가도 되겠소?”
“ 여기는 말이나 당나귀가 건너는 곳이 아니오.”
스님이 말을 못 하자 무착은 말하였다.
“수좌와의 첫인사는 끝났습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안쪽을 바라보았다.스님은 망신을 당하고
서 나오고야 말았는데 대혜스님이 물었다.
“이 늙은 축생이 지각없는 짓을 한 게 아닌가?”
그러자 스님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대혜스님은 입실법문에서 남전스님이 암자에 주석할 때 산에
올라가 일을 하는 데 한 스님이 찾아오니 그 스님에게 밥을 지어
먹고 산으로 한 그릇 가져오라 했던 인연을 들어 설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산호 베개 위에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은 하나는 님 생각이고,
하나는 님을 원망하는 마음일세.”
대혜스님은 시자에게 명패(名牌)를 거두게 한 뒤 “이 한마디로
충분히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였다”하고 법문을 끝냈다.
스님은 처음 여산(廬山)동림사(東林寺)에 있다가 뒤에 고향에
돌아가 운정산(雲頂山)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