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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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33




               25.나암 정수(懶庵鼎需)선사
                   /1092~1153





               스님의 법명은 정수(鼎需)이며 대혜 종고스님의 법제자로 복주
            임씨(福州林氏)자손이다.본래는 유학을 익혔으나 어느 날 절에서
             유교경(遺敎經) 몇 갈피를 읽고서 느낀 바 있었다.출가하려 했

            지만 어머니가 며느리를 맞이할 날이 가깝다 하여 꾸짖자,스님은
            “복사꽃 살구꽃은 한때 봄바람에 피어나지만 푸른 대나무나 노란

            국화는 나의 이번 길에 영원히 반려자가 될 것입니다”하고 부모
            를 이별하였다.삭발한 후 지팡이 하나로 호상(湖湘)지방을 행각
            하면서 여러 큰스님을 찾아뵈며,마음엔 걸리는 일이 없고 몸은

            맡길 곳 없이 돌아다니다가 험준한 산봉우리에 암자를 짓고 살았
            다.후일 대혜스님을 뵈었는데 하루는 대혜스님이 물었다.

               “안에서 내놓지도 않고 밖에서 들여놓은 것도 없는,바로 그런
            때는 어떤가?”
               스님이 입을 떼려는데 대혜스님이 죽비를 뽑아 들고 등짝을
            세 차례 후려쳤다.그 찰나에 스님은 크게 깨쳤다.대혜스님은 게

            송을 지어 스님을 인가하였다.


                 정수리에 마혜수라의 외눈을 세우고
                 팔꿈치에 염라대왕의 탈명부(奪命符)를 비껴 찼다가

                 눈은 멀어지고 명부도 떨어뜨리니
                 조주스님은 동쪽 벽에 호로병을 걸어 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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