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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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29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 양나라 지공(誌公)화상이다.”
               “ 무엇이 불법입니까?”
               “ 기막히게 절묘한 말[黃絹幼婦 外孫齏臼]이다.*
                                                         18)
               “무엇이 스님입니까?”
               “ 낚싯배 위에 있는 사삼랑(謝三郞:玄沙스님)이다.”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젓가락 통에는 젓가락과 이쑤시개가 뒤섞여 있지 않고 늙은

            쥐는 떡시루와 바구니를 물어뜯지 않는다.”



               한자창(韓子蒼:駒)이 스님과 함께 난리(금나라의 침공)를 피해
            다니면서 시를 지었다.


                 예전에 두 친구와 함께 명심사에 살다가
                 적병을 피하여 한밤중에 남산으로 달아났고
                 큰 추위에 또다시 저여(沮洳)가는 지름길을 갈 적엔
                 달 없는 밤에 양매림(楊梅林)으로 잘못 들었네
                 험준하고 가파른 산길 3,4리쯤 지나


            *후한(後漢)의 채옹(蔡邕)이라는 사람이 한단순(邯鄲淳)이 지은 효녀 조아비(曹
              我碑)의 비문을 보고 읊은 찬사로 파자로 된 은어이다.황견(黃絹)은 색사(色
              糸)이므로 즉 ‘절(絶)'자가 되고 유부(幼婦)는 소녀(少女),즉 ‘묘(妙)'자가 된다.
              외손은 딸의 아들이므로 여자(女子),즉 ‘호(好)'자이고 제구(齏臼)는 맵다는
              뜻으로 설신(舌辛),즉 ‘사(辭)'자가 된다.이상을 합해 보면 ‘절묘호사(絶妙好
              辭)'라는 뜻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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