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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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25


                 수좌와 뜨거운 피를 서로 뿜어대고
                 소매를 떨치고 떠나가며
                 수남스님의 둔한 머리를 비웃었노라.

                 한양 나루터에 어린아이 버려서
                 즐거운 일에 기쁨을 함께하였고
                 철갑산으로 주장자를 귀양보내니
                 그 허물을 면하기 어렵겠구나.

                 부러진 옥 젓가락을 뽑아 들고서
                 바위 앞 호랑이 아가리를 어거지로 받쳐 놓고
                 운자 없는 시를 지어
                 동리의 복사꽃이 여리다고 속였네.

                 도깨비 마음에 보살의 얼굴로
                 남서기를 설득하여 칼날 위를 걷게 하고
                 정법안장에 깨어진 사기그릇으로
                 풀섶에 뒹구는 함걸(咸傑)시자 끌어냈도다.

                 70 고승을 당나귀 볼따구니 말턱같이 생겼다고 하며
                 제방에 납자를 사로잡는 수완이 없다 업신여기고
                 20년 동안 개고기를 양머리로 속여 팔면서
                 스승을 추억하여 이를 악물고 한을 새겼네.

                 양기스님 정맥을 통달하니
                 금륜봉 그림자 천강에 떨어지고
                 굉지스님 꽃다운 자취를 이어받으니
                 압구지(狎鷗池)에는 팔방에 빛이 나네.

                 종파를 초월한 뛰어난 안목은
                 참으로 훌륭하신 대혜스님을 저버리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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