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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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31
격식을 벗어난 풍류로다.
원오스님의 회하에서 이미 용의 그림을 이루었으나
한 점 눈동자를 그려 놓지 못했는데
부옥산에서 기미만 보고도 알아채시되
삼의(三衣)를 벽에 걸고 머리 돌릴 시간도 걸리지 않았네.
비단 휘장 앞에서 한 차례 혼비백산하던 일
도리어 부인의 매서운 수단을 만났고
산호 베개 위에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은
남전스님의 계산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나오는 대로 말을 하여
늙은 쥐는 떡시루와 바구니를 물어뜯지 않는다 자랑하고
기연에 임해서는 힘껏 달려가
준마 타고 곧바로 신기루에 부딪쳐 본다.
호계(虎溪)의 다리를 짓밟아
혜원(慧遠)법사 배척하고 백련결사를 산채로 묻었으며
남만(南巒)땅 길 끝까지
미치광이 대혜 따라 매주(梅州)에서 귀양살이 함께했다.
나라의 액운을 소탕코자 한 차례 군복을 입고서
자욱한 연기 날린 공훈을 이루었고
불일(佛日)의 풍진(風塵)삼척검(三尺劍)과 함께 창을 휘둘러
힘을 빌려 기지와 꾀를 발휘하였네.
저여(沮洳)길 양매림이여
젊은 시절 남산 피난길이 아련한데
우두산(牛頭山)운정사여
만년에 서촉 땅으로 돌아가 쉬려 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