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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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오가정종찬 상


                 頂門豎亞摩醯眼 肘後斜懸奪命符
                 瞎却眼卸却符 趙州東壁挂葫蘆



               상당하여 말하였다.
               “이 게으름뱅이 늙은이는 게으름뱅이 중에서도 게으름뱅인데,
            가장 게으른 일은 선을 설함에 게으른 것이다.나를 대단히 여기

            지도 않고 선현을 대단히 여기는 것도 아니니 누가 너의 땅을 간
            섭할 것이며 누가 너의 하늘을 간섭하랴.세간을 초탈하여 소요하
            며 아무 하릴 없노라니 해가 세 발이나 높이 떴는데도 다시 잠을

            자는구나.”


               상당하여 말하였다.

               “말속에 뜻이 있고 뜻 속에 말이 있으면 수미산은 큰 강물에
            솟아오르고,말속에 뜻을 없애고 뜻 속에 말을 없애면 열사(烈士)

            가 미친 듯이 화살을 쏘아댄다.
               설령 시자의 이빨이 칼숲과 같고 입이 핏덩이 같다 하여도 부
            질없이 필봉(筆鋒)휘둘러 헛된 의기만을 과장할 뿐이다.그러므로

            정명(淨名:유마)은 입을 다물었으니 번거로운 말에 끄달린다 하
            여 일찌감치 마갈타국에서 문을 닫았지만 그때는 벌써 집안의 추
            태를 내보인 뒤였다.

               그 나머지 와관(瓦棺)노인과 암두(巖頭)대사는 험준한 산봉우
            리로 달려가 바람을 사로잡고 물결을 일으키며 발꿈치에서 귀신
            같은 조화를 부려냈지만 몽둥이 30대를 맞을 짓이다.

               말해 보아라!허물이 어디에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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