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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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87


                 허-하는 소리에는 전혀 자취 없어라.

                 고개를 가로젓기 30여 년에
                 동산스님에게 광이 안 난다 하고
                 한번 두번 울리는 도독고 소리에
                 한신이 조정에 임하였음을 듣는다.

                 동정 호반에 춤추듯 노를 젓다가
                 냄새나는 노파 끌어들여 어린아이 던져 버리고
                 오산의 주막에서 폭설로 길이 막혀
                 마귀 같은 중놈이라 꾸짖어도 깊은 잠에 떨어졌네.*
                                                              5)
                 소리가 있기 전에 해묵은 솜옷이 썩어졌다 하여
                 주도면밀하게 기연을 놀리고
                 뒤뜰에 당나귀가 풀을 뜯는다 하니
                 이게 무슨 종지인가.

                 칼을 주운 뒤에 칼날 위에다
                 이 스님 머리를 잘못 붙였고
                 종 치기 전에 바리때 들고 돌아온 스승에게
                 은밀히 자기 뜻을 전하였네.

                 대도의 실마리가 무엇이냐 물으면
                 화급히 짚신짝을 휙 던져 버리고
                 도반과 어울려 이야기 주고받다가
                 아깝게도 물그릇을 걷어차 버렸네.
                 가거나 머무르거나 편치 않을 때 없다고
                 나산스님에게 일러주었고

                 근진을 벗지 못하면 본래 항상한 이치가 아니라 하여


            *설봉 진각선사 p.90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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