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86
86 오가정종찬 상
서암(瑞巖)스님이 물었다.
“본래 항상한 이치란 무엇입니까?”
“ 움직임이다.”
“ 움직일 때는 어떻습니까?”
“ 본래 항상한 이치가 아니다.”
서암스님이 생각에 잠기자 스님이 말하였다.
“수긍하면 근진(根塵)을 벗어나지 못하고,수긍하지 않으면 영
원히 생사에 빠지게 된다.”
서암스님은 이 말끝에 활짝 깨쳤다.그 뒤로 스님께서는 누구
든 “부처가 무엇이냐”“법이 무엇이냐”“선이 무엇이냐”“도가 무
엇이냐”고 물으면 으레 “허-”하는 한숨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하루는 대중에게 “이 늙은이가 떠날 때에는 크게 한번 소리지
르고 떠나리라”는 말을 남겼다.어느 날 도적무리가 들이닥쳐 내
놓을 것이 없느냐고 다그치다가 마침내 스님을 칼로 찔렀다.스님
은 태연자약하게 한번 크게 소리친 뒤 세상을 떠났는데 그 소리
가 수십 리 밖까지도 들렸다 한다.당나라 광계 3년(光啓三年:
887)4월 8일이었다.
찬하노라.
지혜가 스승보다도 나은 줄을
그 누가 믿겠는가.
‘할’소리 들으나 그 뜻을 알기 어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