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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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15

                 달빛 차갑고 바람소리 사나울 때
                 옛 바위에 싸늘한 회나무라
                 우습구나!길에서 도 통한 사람을 만나
                 말과 침묵으로 대하지 않고

                 손에는 백옥 채찍을 잡고서
                 여의주를 모조리 깨부수니
                 깨부수지 않으면 구슬에 흠집만 더한다
                 죄를 다스리는 나라 법에는 3천 조항이 있느니…….
                 問曾不知 答還不會
                 月冷風高古巖寒檜 堪笑路逢達道人
                 不將語黙對 手把白玉鞭
                 驪珠盡擊碎 不擊碎增瑕類
                 國有憲章三千條罪


               남양 혜충(南陽慧忠)국사의 ‘무봉탑(無縫塔)’공안*을 송하였다.
                                                            9)


                 무봉탑이여!보기도 어려우니
                 맑은 연못에는 푸른 용이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층층이 분명하고 그림자 둥그레 엉켜
                 천고만고에 사람들에게 보여주네.
                 無縫塔見還難 澄潭不許蒼龍蟠
                 層落落影團團 千古萬古與人看


            *혜충국사가 열반에 들 때가 왔음을 깨닫고 대종(代宗)에게 하직을 고하니 대
              종이 말하였다.“국사께서 열반에 드신 후 저는 무엇을 기억해 두어야 하겠
              습니까?”“시주에게 고하노니,하나의 무봉탑(無縫塔)을 세워 주시오.”“스승
              께서 탑을 만들 본을 떠 주십시오.”국사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알겠는가?”“모르겠습니다.”“내가 떠난 뒤에 응진(應眞)이라는 시자가 도리
              어 이 일을 알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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