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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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11

                 큰 바다는 몸소 달구경하는 물소를 낳았고
                 향림산은 하늘 높이 치솟는 독수리를 내놓았다.


                 모태에 있을 때의 한마디 법어

                 칼끝이 수없이 튀어나왔으니 누가 헤아리려 하며
                 금강안에 한 줌의 모래
                 안막(眼膜)이 겹겹으로 싸였으니 어떻게 씻고 도려 낼 것인가.

                 연잎과 연꽃 앞서거니 뒤서거니 물위에 나왔으나
                 강물의 흐름을 끊는 기연은 만나지 못했고
                 전단나무 가시나무 총림을 둘러싸니
                 무생국(無生國)으로 살려서 귀양보냈네.
                 잠깐 동안 문 밖에 서 있으니
                 이씨 노파가 불씨를 빌리러 온 줄 알고
                 한 생각 생겨나기 전이라 해도
                 중현스님,거북털의 불자(拂子)맛을 호되게 보았네.

                 토끼는 새끼 배고 조개는 밝은 달을 머금었다 하여
                 반야의 체용(體用)을 묻어 버리고
                 잉어가 몽둥이맛을 보고 소낙비가 물동이를 들어 붇듯 쏟아진

               다 하여
                 운문의 가산을 모조리 털어 갔다.
                 주장자 양끝에 해와 달을 매달아 놓으니
                 늙은 석가 톡톡히 야유를 당하였고
                 조계산 가는 길에도 속담이 있다 하니
                 노행자는 멀쩡하게 흙탕물 뒤집어썼구나.

                 옛 거울 꺼내 볼 땐
                 한 조각 쓸모 없는 구리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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