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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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13
5.설두 명각(雪竇明覺)선사
/980~1052
스님은 지문스님의 법을 이었다.법명은 중현(重顯)이며 수주
(遂州)사람으로 속성은 이씨(李氏)다.처음 취미사(翠微寺)에 살다
가 그 뒤 설두산에 머물렀는데 그의 법과 도가 널리 펴져 마침내
운문종의 중흥조라 일컬어졌다.
스님이 예전에 대양 경현(大陽警玄)스님 회하에서 지객승으로
있을 때,객승과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화두를 논한 적이
있었다.그때 한대백(韓大伯)이 옆에 있다가 보이지 않게 가만히
웃었는데 객승이 떠난 후 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웃었느냐?”
“ 지객스님은 고금을 판가름할 언변은 있으나 고금을 결택할 안
목이 없으니 그래서 웃었습니다.”
“ 한번 말해 보지 않겠나.”
한대백이 게송으로 답하였다.
토끼 한 마리가 옛길에 튀어나오니
보라매가 보자마자 산채로 낚아채 갔네
뒤쫓아온 사냥개는 신통한 수 없어서
괜스레 토끼가 있던 고목나무만 쫓아간다.
一兎橫身當古路 蒼鷹一見便生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