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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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오가정종찬 하
“짚신이 닳아 맨발로 걷는다.”
“ 무엇이 부처의 향상사(向上事)입니까?”
“ 주장자 양쪽 끝에 해와 달을 짊어 맸구나.”
“ 조계의 길목에도 속담이 있습니까?”
“ 육조스님은 노행자(盧行者)였는데…….”
“ 옛 거울을 닦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 한낱 구리조각이지.”
“ 닦은 후엔 어떻습니까?”
“ 가져와 봐라.”
설두 중현(雪竇重顯)스님이 스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허물이 있다고 합니
까?”
스님은 설두스님을 가까이 오라 하여,앞으로 다가서자마자 불
자로 그의 입을 후려쳤다.설두스님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여
는 차에 또 한 차례 치자 이에 설두스님은 크게 깨쳤다.
찬하노라.
혓바닥은 파도처럼 뒤집혀도
가슴속엔 아무 물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