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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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21
나고 높은 봉우리에 흰 파도가 출렁이며,석녀가 돌아이를 낳고
거북털이 한치 한치 자라나도다.만일 보리달마의 법을 배우려거
든 이 모습을 보기만 하면 된다’함을 들려주고는 한참 동안 잠자
코 있다가 말하였다.
‘이 말씀의 귀결처를 알겠느냐?만일 귀결처를 알지 못하겠거
든 보아라.보리달마가 승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오래 서 있느라 수고들 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달마는 심인(心印)을 전하지 않았고 석가는 상투 속에 숨긴
진주를 알지 못하니,이때에 만일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묻는다면 ‘서쪽에서 오신 뜻’이 있겠습니까?”
“ 유월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만백성의 마음을 틔워 주는구나.”
“ 그렇다면 구름이 흩어지니 집집마다 달빛이요,봄이 오니 곳
곳에 꽃이겠습니다.”
“ 네 발이 금강수 물가에 닿았는데 그 물이 얼마나 되느냐?”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님은 말을 이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셔서 특별히 이 일만을 제창하셨는데 이
때부터 스님네들은 알아차리지 못하였다.그러므로 문으로 들어오
는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요,거울에 비친 상을 머리로 착각한
것이니,어찌 큰 착각이 아니겠는가?이미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
셔서 특별히 이 일을 제창하셨는데,무엇 때문에 다시 대중을 마
주하여 중언부언하겠는가.몸조심들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