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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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오가정종찬 하

               상당하여 말하였다.

               “새벽닭이 첫새벽을 알려주니 죽을 먹고 나면 하늘이 밝아진
            다.그러나 그때까지도 등롱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법당 앞 노

            주(露柱)는 도리어 초롱초롱하구나.”
               다시 말하였다.
               “초롱초롱한 것은 초롱초롱한 것이고,역력한 것은 역력한 것
            이다.내일 아침,아니 훗날 종을 주인이라 착각하지 말아라.몸조

            심들 하여라!”



               대중에게 말하였다.
               “날씨가 맑으면 지붕을 덮고 한가한 날 벼를 베어 조정에 세금
            을 바치고 나면 배 두드리며 큰 소리로 노래부르리.”



               한 스님이 물었다.

               “덕산스님은 문에 들어가자마자 몽둥이질을 하니,이는 마치
            본을 떠주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입니다.임제스님은 문에 들어
            가자마자 악!하고 고함을 쳤는데 그 역시 눈을 눌러 헛꽃이 생기
            는 경계를 면치 못한 것입니다.이 두 방편말고,이곳 동산에서는

            어떻게 학인을 가르치십니까?”
               “ 하늘이 개어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더니만 요사이에야 구름

            이 솟아오르는구나.”
               “ 뒷날 누군가 동산의 종지를 묻는다면 학인들에게 무어라 말하
            도록 하시렵니까?”

               “ 농막에 채소가 메말랐으니,물을 져다가 시금치밭에 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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