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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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오가정종찬 하

                 신풍동(新豊洞)앞에 오묘한 관문을 세우고
                 균양성(筠陽城)안에서 교화를 드날렸다.

                 문수스님 낚싯바늘에서 벗어나
                 사나운 용의 굴 속으로 들어갔으니 누가 감히 그의 정체를 밝
               혀 내며
                 사주대성 화두에 답한 말은 알맹이 없는데도
                 운문의 자손 되니 너를 때릴 틈이 없었구나.

                 티끌에 섞여 옛 거울 닦으니
                 황학루 앞의 앵무주(鸚鵡洲)이며
                 물속에 들어가 키 큰 사람을 보니
                 눈먼 나귀 발 밑이 금강수 물가로다.

                 보리달마 배우려면
                 석녀가 아이 낳는 것을 보고
                 종과 주인을 가려내려면
                 등롱처럼 졸아야 한다.

                 지붕도 덮고 세금도 모두 바쳤으니
                 노래부르고 배 두드리며 태평세월 즐기고
                 참선하고 도를 배우려거든 헤아리지 말지니
                 괭이 메고 소나무 심으며 놀 생각이나 하자꾸나.

                 몸을 뒤집어 북두성 속에 숨기는 일도
                 좋은 계획이야 아니지만
                 물지게 지고 시금치 밭고랑에 물 뿌리는 일도
                 종지를 잘못 밝힌 일.

                 소리와 모습을 벗어난 도리를
                 남쪽은 염부제,북쪽은 울단월이라 속이니
                 설령 이 스님이야 속일 수 있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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