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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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오가정종찬 하
7.운거 효순(雲居曉舜)선사
스님의 법명은 효순(曉舜)이다.동산 효총스님의 법제자로 서주
(瑞州)사람이며 속성은 호씨(胡氏)다.처음 동산스님을 찾아뵈었
을 때,하루는 무창(武昌)땅에 시주를 나갔다가 맨 먼저 유(劉)거
사의 집을 찾아갔다.유거사는 수행이 높은 사람으로 당시에 존경
을 받았는데 마음내키는 대로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하였지만 그를
따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스님은 당시 나이가 어린 터
라 유거사가 오래 수행한 사람인 줄을 모르고서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거사가 말했다.
“이 늙은이에게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만일 맞추면 나에게 설
법을 하셔도 좋지만 맞추지 못한다면 산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는 마침내 물었다.
“옛 거울을 닦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 옻칠처럼 새까맣습니다.”
“ 닦은 후엔…….”
“ 하늘을 비추고 땅을 비춥니다.”
거사는 두 손을 모아 읍(揖)하고서 “스님은 산으로 돌아가십시
오”하고 소맷자락을 떨치며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스님은 부
끄러워하며 돌아왔는데 동산스님이 물어서 그 일을 말하니 동산
스님이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