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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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오가정종찬 하

            고 가다가 나한사(羅漢寺)에 이르렀을 무렵,“이젠 우리 절의 노스

            님이 아니니 멀리까지 갈 게 없다”하고 가마를 버리고 돌아가
            버렸다.

               스님이 다시 서현사의 주지가 되자 먼저 사람을 보내 두 하인
            을 위로하였다.
               “너희들이 당시에 내게 한 일은 옳은 일이니 안심하고 두려워
            하지 말라.”

               절에 이르러 상당하여 말하였다.
               “까닭 없이 참소받아 억울하게 쫓겨나서 반 년 남짓 속인이 되

            었다가 오늘 다시 삼협사로 돌아오니 기뻐할 이 몇이며 노여워할
            이 몇인가.”



               상당하여 말하였다.
               “협산 선회(夾山善會:805~881)스님은 ‘법석대는 저자에서 천

            자를 알아보고 온갖 풀끝에서 이 노승을 알아차려라’하였으나 나
            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아낙네가 베틀을 흔드니 덜거덕덜거덕하고 아이들이 입을 놀
            리니 왁자지껄하는구나.”



               스님은 항시 천의 의회(天衣義懷)스님이 갈등선(葛藤禪:어지러

            운 이론을 끌어들이는 선)을 설한다고 비웃어 왔는데,하루는 천
            의스님이 입적했다는 말을 듣고 법당에 올라가 말하였다.
               “기쁜 일이로다.갈등의 말뚝이 넘어지고 말았다.”

               당시 원통 법수(圓通法秀)스님이 회중에 유나(維那)로 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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