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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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29

            늘 천의스님을 욕하는 것을 보고 도반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 늙은이에게 한 차례 따져 보아야 하겠다.”
               야참법문 때에 스님이 또다시 천의스님을 욕하자 법수스님이

            큰소리를 지르면서 대중 속에서 나아가 “듣지도 못했습니까? 원
            각경 에 이르기를……”하는데 스님은 갑자기 “오랫동안 서 있느
            라 수고가 많았다.대중들아!부디 몸조심하라”하고,곧장 방장실
            로 돌아가 버렸다.이에 법수스님은 말하였다.

               “이 늙은이는 온몸이 눈이라 천의선사를 욕할 만하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여러 총림에는 뱀 대가리를 가지고 노는 사람도 있고 호랑이
            꼬리를 뒤적거리는 사람도 있고 큰 바다를 뛰어넘거나 칼날 속에

            몸을 감추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이곳 운거산 총림에서는 날씨가
            추우면 더운물에 발을 씻고 밤에는 속옷을 벗고 잠을 잔다.이른

            아침에는 돌아앉아 행전을 매고 바람에 울타리가 넘어지면 사람
            을 불러 대나무를 쪼개 울타리를 묶어 세울 뿐이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견고하고 비밀스런 몸이 티끌 세상 어디
            에나 나타나니 청개구리와 지렁이도 제각기 구멍이 있고 까막까

            치와 비둘기 뱁새 또한 둥지가 있다.바로 이러한 때 어떤 사람을
            위하여 설법한다는 말인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하였다.

               “처방은 유(類)에 따라 모이게 되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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