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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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29

               “그렇다면 그대는 들어갈 길을 찾았느냐?”

               “ 길이 없습니다.”
               “ 길이 없다면 어떻게 지금 노승과 만나고 있는가?”

               “ 길이 있다면 스님과는 금생에 서로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 뒷날 천만 사람도 그대를 붙잡을 수 없을 것일세!”


               남전 보원(南泉普願)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무슨 경을 읽는가?”
               “ 미륵하생경(彌勒下生經)을 읽습니다.”

               “ 미륵은 언제 하생한다던가?”
               “ 지금은 천궁에 있지만 장차 하생하실 것입니다.”
               “ 천상에도 미륵은 없고 지하에도 미륵은 없다.”

               어느 날 스님이 이 이야기를 들어 동산스님에게 물었다.
               “누가 미륵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까?”

               동산스님이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선상이 진동하였는데 한참
            후에 말하였다.
               “도응스님!내 지난날 운암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노스님에게
            이것을 물은 적이 있었다.그때 바로 노스님의 화로가 진동하였는

            데,오늘 그대의 질문을 받고 보니 온몸에 땀이 흐르는구나.”



               스님이 삼봉암(三峰庵)에 살면서 열흘이 지나도록 큰방에 가지
            않자 동산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요즘 왜 법당에 가지 않는가?”

               “ 날마다 천신이 밥을 보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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