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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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오가정종찬 하

               “그대를 쓸 만한 인물로 여겨 왔는데 오히려 그런 망상이나 짓

            고 있는가.저녁 무렵에 오게나.”
               저녁때 스님이 오자 동산스님이 불렀다.

               “도응스님!”
               “ 네!”
               “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이것이
            무엇인가?”

               스님이 암자로 돌아와 좌선하였으나 다시는 천신이 찾아오질
            않았다.그 뒤 스님은 구부산(歐阜山)에 올라가 나무 밑에 집을 마

            련하고 ‘운거암(雲居庵)’이라 하였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돈 3관(貫)을 주고 사냥개를 한 마리 샀다
            고 하자.이 사냥개는 오직 짐승의 발자국 찾는 일만을 할 수 있

            다.그런데 갑자기 높은 나뭇가지에 뿔을 걸고 쉬는 산양을 만났
            다.산양은 아무런 발자취도 없고 숨소리마저 없다.”
               이때 한 스님이 물었다.
               “산양이 나뭇가지에 뿔을 걸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됩니까?”

               “ 육육은 삼십육이다.”
               “ 뿔을 건 다음에는 어떻게 됩니까?”

               “ 육육은 삼십육이다.”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알겠느냐!”

               “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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