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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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33
“두 마리의 용이 구슬 하나를 가지고 다투는데 누가 이 구슬을
차지하겠소?”
“ 업신(業身)을 내려놓고 오라.그러면 그대와 만나 주겠다.”
“ 벌써 업신을 내려놓았소.”
“ 구슬이 어디 있느냐?”
본공스님은 말을 못 하고 마침내 마음을 다해 입실하여 가르
침을 받았다.
스님이 입적할 때 원주와 주수(主首:主事라고도 함.절의 일
을 관리하는 소임)가 아뢰었다.
“누구에게 자리를 잇도록 할까요?”
“ 당중간(堂中簡)!”
당시 간(簡:雲居道簡)스님은 은밀히 스님의 인가를 받았으나
아무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그는 법랍이 높다 하여 제
1수좌로 있었는데 대중들은 스님의 뜻을 깨닫지 못하고 ‘큰방에
서 가려 뽑으라[堂中簡]’는 말로 생각하였다.그리하여 제2좌(第二
座)를 주지로 임명하려고 먼저 예의 삼아 제1수좌인 간스님을 청
하였다.간스님이 사양하지 않고 곧 자신의 살림을 챙겨 가지고
방장실로 들어가니,대중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간스님은 상황을 살피고는 마침내 떠나 버렸는데,그날 밤 안
락전(安樂殿:시신 안치소)의 나무귀신이 소리내어 통곡하였다.
아침이 되자 대중들이 뉘우치고 맥장(麥莊)으로 달려가 대중에게
돌아와 달라고 애걸하여 다시 돌아오는데 공중에서 연이어 “스님
께서 오신다,스님께서 오신다”하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