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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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오가정종찬 하

               찬하노라.



                 솜씨 좋은 선지식을 친견하고 왔으니
                 말을 꺼냈다 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네.

                 유주(幽州)강구(江口)땅은 태어난 곳이 아니며
                 천상(天上)운거(雲居)는 그가 마음껏 뽐내던 곳이라.
                 산구경에 스님이 들어가는 길 있었더라면
                 동산스님과 몇 번이나 생을 달리했을까
                 누가 미륵이라 이름 붙여 주었는가 물었다 해도

                 선상이 진동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리.
                 산양의 숨소리 죽으니
                 사냥개가 찾기 어려우리라는 줄을 알고

                 암주에게 열쇠 없는데
                 어찌하여 천신은 공양을 올렸을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으니
                 유리궁전 위에서 사람을 가뿐가뿐 밟아 가루를 만들고
                 천 길 땅 속에 몸을 묻으니
                 부잣집 가난한 집 문 앞에서 눈을 번쩍 뜨고 꿈얘기 하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 받은 속바지를 들먹이지 말지니
                 긴요한 한마디 던질 수 있어야만 비로소 이야깃거리가 된다
                 망상심이란 쓸어버리기 어려운 것인데
                 한 덩이 황금을 낸다 하여 무슨 쓸모 있겠는가.

                 입가에 곰팡이 피니
                 섣달 부채는 부채질하기에 딱 좋고
                 배워서 얻은 경계는 현묘하지 못하니
                 규방 물건을 부질없이 귀중히 여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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