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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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31

               “어째서 종적이 끊어졌다고 말하지 못하느냐.”



               대중에게 말하였다.

               “도를 얻은 자는 가볍지 않고,밝은 사람은 천하게 쓰지 않으
            며,지식 있는 이는 탄식하지 않고,깨달은 자는 꺼리고 미워할
            것이 없다.하늘에서 내려오는 자는 빈곤하고,땅에서 솟은 사람
            은 부귀를 누린다.문 안에서 밖으로 몸을 내치기는 쉬우나 몸 안

            에서 문을 내보내기는 어렵다.움직이면 천 길 땅 속에 몸이 묻히
            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리에 싹이 돋아 나온다.한마디에 훤히

            벗어나면 한 시대에 뛰어난 인물이 되니 말이란 많이 할 필요가
            없으며,많으면 쓸모가 없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도를 체득한 사람은 마음이 섣달의 부채와 같아 입가에 곰팡

            이가 피는데 그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
            는 것이다.”
               또 말하였다.
               “옛사람의 말씀을 듣지 못하였는가.배운 것은 현묘한 것이 아

            니라,모두 속세 규방의 물건이니 버리지 못하면 모두가 번뇌 망
            상이 된다.그러므로 모든 일을 다 없애야만이 비로소 허물이 없

            어진다.만일 어떤 사람이 사물사물에 밝게 통달했다면,다만 큰
            일을 마쳤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존귀하다 할 수는 없다.존
            귀한 길은 따로 있음을 알아라.듣지 못하였느냐?‘문으로 들어오

            는 것은 보물이 아니고 받들어 올리는 것은 용이 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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