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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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53


            음이 없다.단지 사람 스스로가 허망한 마음을 내어 얽매이고 집
            착하여 갖가지로 이해와 지견을 지어내고 갖가지로 애욕과 두려

            움을 낼 뿐이다.모든 법이 저절로 생기지 않고 자기 한 생각 망
            상이 전도되어 모습을 가짐으로써 있게 되었음을 깨달아 마음과
            경계가 본래 서로 닿을 수 없음을 알면 그 자리 그대로가 해탈이

            고 낱낱이 모든 법이 어디나 그대로 적멸 도량이다.
               또 본래 성품은 무엇이라 이름 붙일 수 없어서 본래 범부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며,더러움도 깨끗함도 아니며,공도 유도 선
            도 악도 아니다.단 이것이 모든 염법(染法)에 어울려 주면 그것
            을 인간․천상 이승(二乘)의 경계라 이름하는 것이다.

               더럽거나 깨끗한 마음이 다하여 속박에도 머무르지 않고 해탈
            에도 머무르지 않으며,유위 무위․속박 해탈 등 모든 헤아림이

            없어 생사에 있어서도 그 마음이 자재하면 마침내 허망한 허깨비
            인 5온(蘊)18계(界)등과 더불어 나고 죽지 않으며 온갖 문[12入]
            과 합하지 않고 아득히 벗어나 기대지 않는다.어디에도 구속되

            지 않고 가고 머무름에 걸림 없어 문 열리듯 생사에 왕래하게 되
            는 것이다.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괴로움과 즐거움,마음에 맞고 안 맞는

            갖가지 일이 닥쳐오더라도 물러서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조금이
            라도 명리나 의식을 염두에 둔다거나 공덕과 이익을 탐내서는 안

            된다.세간 어느 법에도 걸림 없으며 가까이하거나 사랑하지 않
            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똑같이 여기며,거친 옷으로 추위를 막고
            맛없는 음식으로 연명해야 한다.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나 귀머거

            리․벙어리같이 되어야 약간이라도 상응(相應)할 여지가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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