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3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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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십규론 233


               그러나 뒤에 가서는 대대로 종사들이 교화를 달리 세우게 되
            었고,이윽고는 서로가 자기 내력을 따르게 되었다.마치 혜능

            (慧能),신수(神秀)두 대사와 같이 원래 한 조사 밑에서 견해가
            달랐다.그러므로 세상에선 남종(南宗)․북종(北宗)이라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혜능이 가신 뒤 행사(行思:청원)․회양(懷讓:

            남악)두 대사가 나와 교화를 이었다.행사스님에게서 희천(希
            遷:석두)스님이 배출되고 회양스님에게서 마조(馬祖)스님이 나

            와 강서(江西)․석두(石頭)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두 갈래로
            내려오면서 각자 줄줄이 파를 나눠 모두가 한 지역씩을 차지하
            였는데,그 시작되는 원류를 다 기록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덕산(德山)․임제(臨濟)․위앙(潙仰)․조동(曹洞)․설봉(雪峰)․운
            문(雲門)에 와서는 각자 높고 낮은 품격대로 가풍을 세워 법을

            폈다.
               그러다가 계승하는 데에 이르러서는 자손들이 종파를 지키고
            조사에 따라 무리를 짓느라 진실된 이치[眞際]에 근원을 두지

            않았다.그리하여 끝내는 많은 갈래를 내어 창과 방패처럼 맞서
            공격하며 흑백을 분간하지 못하게 되었다.
               슬프다.큰 도는 정해진 방향이 없고 법의 물줄기는 똑같은

            맛임을 전혀 몰랐다 하겠으니,허공에다 색을 칠하고 철석(鐵石)
            에다 바늘을 던지는 격이다.

               싸움을 신통이라 여기고 입만 나불거리면서 그것을 삼매라고
            하여 시비가 시끄럽게 일고,너다 나다 하는 생각[人我見]이 산
            처럼 높다.그리하여 분노가 일면 그것이 아수라(阿修羅)이고 견

            해는 끝내 해가 되고 끝내 외도(外道)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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