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4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P. 234

234 임제록․법안록


               만일 선량한 벗을 만나지 못하면 미혹의 나루터에서 빠져나
            오기 어려워,비록 선인(善因)을 심었으나 악과(惡果)를 부른다.



               3.강령을 제창하면서 맥락을 모르다


               생각건대 선문을 표방하고 법요(法要)를 제창하려 하면서 맥
            락을 모르면 모두가 망령되게 이단(異端)이 되고 만다.
               그 사이에는 먼저 표방하거나 뒤에 제창하기도 하며 불법을

            받들기도 하고 기봉(機鋒)을 단박에 꺾기도 한다.
               조사의 법령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살리고 죽임이 손아귀에

            있어서 혹은 천 길 절벽에 선 듯 물샐 틈 없기도 하고 혹은 자
            재한 살림을 잠깐 허락하여 물결을 따르기도 한다.마치 왕이
            칼을 어루만지면서 자유로워진 것을 다행으로 여길 때처럼,그

            때그때 쓰면서 주었다 뺏었다 함이 몸에 차고 부리는 듯하다.
            파도가 날 듯 산악이 서 있듯 하고 번개가 구르듯 바람이 달리

            듯 하며,큰 코끼리 왕이 유희하고 진짜 사자가 포효하듯 한다.
               그러나 자기의 능력을 헤아리지 못하고 쓸데없이 남의 말을
            훔쳐,놓아주는 것만 알 뿐 거둘 줄은 모르고 살리기만 하고 죽

            일 줄은 몰라,종[奴]인지 낭군인지를 분별 못 하고 진짜와 가짜
            를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옛사람을 모독하고

            종지를 매몰하여 사람마다 알음알이 속에서 헤아리고 낱낱이 오
            음십팔계(五陰十八界)안에서 유추해 낸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깨달음인 줄을 모르고 가짜 반

            야[相似般若]를 이룰 뿐이니,머무를 것 없는 근본에서 법당(法
   229   230   231   232   233   234   235   236   237   238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