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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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조동록


               “만나 뵈올 수 있겠습니까?”
               “ 남이 전하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남의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
               “ 가까이 모실 수는 있겠습니까?”
               “ 그대 한 사람뿐 아니라 나도 할 수 없다.”

               “ 스님께선 어째서 가까이하시지 못합니까?”
               “ 심의식(心意識)이 없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 대합(大蛤)속에 구슬이 있는 줄 대합은 압니까?”
               “ 알면 잃는다.”
               “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 앞의 말에 의지하지 말라.”


               53.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허공의 마음으로 허공의 이치에 합한

            다’했는데 무엇이 허공의 이치입니까?”
               “ 확 트여서 겉도 끝도 없다.”

               “ 무엇이 허공의 마음입니까?”
               “ 사물에 걸리지 않는다.”
               “ 어찌해야 부합되겠습니까?”

               “ 그대가 그렇게 말하면 부합되지 않는다.”


               54.

               한 스님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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