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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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이 말은 아비 쪽에서 하는 말인가,자식 쪽에서 하
            는 말인가?”

               “ 제 소견으로는 아비 쪽에서 한 말이라 여겨집니다.”
               스님께서 수긍치 않고 다시 전좌(典座)에게 물었다.
               “이게 어떤 사람인가?”

               “ 그는 얼굴도 등도 없는 사람입니다.”
               스님께서 수긍치 않으니,또 다르게 대답했다.

               “이 사람은 얼굴도 눈도 없습니다.”
               “ 한 사람을 향하지도 않고 한 사람을 등지지도 않는 그것이
            그대로 얼굴 없는 사람인데 하필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있겠느

            냐?”
               이어 스님께서 대신 대답했다.

               “호흡이 끊어진 사람이다.”


               57.

               한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나 어긋나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 이는 아직 닦는[功勳]쪽의 일이다.닦을 것 없는 닦음[無功
            之功]이 있는데 어째서 그것을 묻지 않는가?”
               “ 닦을 것 없는 닦음은 저쪽 사람 일이 아니겠습니까?”

               “ 뒷날 그대의 그런 말을 비웃을 안목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
            이다.”

               “ 그렇다면 편하고 자연스럽다[調然]하겠습니다.”
               “ 조연하기도 하고,조연치 않기도 하고,조연치 않은 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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