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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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의 뜻이 있습니까?’하자,‘있지’하였다.‘이미 있다면 달마
스님은 무엇 하러 오셨습니까?’하자 약산스님은 ‘까닭이 있어
서 왔지’라고 하였는데,이것이 바로 주인공이 되고 나서 자기
를 던져 버리는 그곳으로 귀결시킨 것이 아니겠는가.
경전에서는 말씀하시기를,‘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은 십겁(十
劫)을 도량에 앉아 있었으나 불법이 목전에 나타나질 않아서 불
도를 이루지 못하였다’하였는데,여기서 겁(劫)이라는 말은 ‘막
힌다’는 뜻이다.생각건대 ‘완전히 이루다[十成]’또는 ‘스미는
번뇌를 끊다’하는 것은 온갖 길이 끊겼으나 부처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놓지 못하기 때문에 ‘붙들고 앉아 탐착함을 <차례차례
깨달아 가면서 귀천을 분간하지 못함>이라 한다’고 하는 것이
다.
내 총림을 보건대,항상 이렇게 저렇게 의론하기를 좋아한다.
그래 가지고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그것은 그저 지난 일[向去
事]을 늘어놓는 것일 뿐이다.듣지도 못했는가.남전(南泉:748
~834)스님이 ‘설사 너희들이 완전히 이루었다 해도 내 한 가닥
길에 비하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하신 말씀을.
이쯤 되어서는 정말 치밀해야만 명백하고 자재하리라.천당
․지옥․아귀․축생을 막론하고 어딜 가나 변함없으면 원래 옛
사람이나 옛길을 가지 않을 것이다.여기서 기뻐하는 마음이 있
으면 막히고,벗어난다면 꺼릴 것이 없다.옛 스님이 말씀하시기
를,‘윤회하지 못할까 두려울 뿐이다’하였는데,그대들은 어찌
생각하느냐.
요즈음 사람들은 청정한 경계를 말하며 지난 일 말하기를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