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1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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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록/五家語錄 191
62.
서원(西園)스님이 하루는 스스로 목욕물을 데우는데 한 스님
이 물었다.
“왜 사미를 시키지 않습니까?”
서원스님은 손바닥을 세 번 비볐다.
한 스님이 이 이야기를 가지고 스님께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
하셨다.
“어떤 무리들은 손뼉을 치며 손바닥을 비볐는데 그 중 서원
스님은 이상하구나.구지(俱胝)스님의 한 손가락 선(禪)*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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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릴 곳에서 살피지 못했다 하리라.”
그 스님이 되물었다.
“서원스님이 손뼉을 쳤던 일은 종[奴]이나 하는 짓이 아닙니
까?”
*실제(實際)라는 비구니가 삿갓을 쓰고 구지(俱胝)스님을 찾아 세 번 돌고 난
뒤에 말했다.“바로 말하면,삿갓을 벗으리다.”이렇게 세 번 물었으나 모두
대답치 않으니,비구니가 그대로 떠나려 하자 스님이 말했다.“해가 이미 저
물었으니,하룻밤 묵어 가라.”“바로 말하면 자고 가겠소.”대답이 없자 비구
니가 떠나니 이렇게 탄식하였다.“나는 비록 대장부의 형체를 갖추었으나 대
장부의 기개가 없다.”그리고는 암자를 버리고 제방으로 참선을 하러 떠나려
하니,그날 밤에 산신이 나타나서 말했다.“이 산을 떠나지 마시오.오래지
않아 큰보살이 와서 스님께 설법을 해주실 것이오.”과연 천룡(天龍)스님이
암자에 오니 스님이 맞이하고 앞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니,천룡스님이 한
손가락을 세워 보이매 스님이 당장에 깨달았다.이로부터 학인이 오면 스님
은 손가락 하나만을 세울 뿐,다른 말은 없었다.스님께서 외출하셨을 때 누
군가 찾아와 “스님께서 어떤 법을 말씀하시던가”하고 물으니 동자가 손가락
을 세웠다.돌아와서 말하니,스님이 칼로 손가락을 끊었다.펄펄 뛰면서 달
아나는 것을 “동자야!”하고 부르니,동자가 머리를 돌렸다.스님이 손가락을
세우니,동자가 활연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