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7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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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록/祖堂集 207
2.상 당
스님께서 항시 상당하면 대중에게 이렇게 법문하셨다.
“여러분은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제
방에는 말로 선사된 이가 많아서 여러분의 귓속이 모두 가득할
것이다.온갖 법을 의지하지도 않고 접하지도 않고 다만 그렇게
체득하면,그들의 차별된 알음알이가 그대들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아득한 천지에 온갖 일이 삼[麻]같이 갈대[葦]같이 가루
[粉]같이 칡덩굴[葛]같이 많은데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셔도 어
찌하지 못할 것이며 조사께서 세상에 나오셔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니 오직 끝까지 체험해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대들은 천만 가지 경론으로 도를 이룬 이가 자유롭지 못하
고 시종(始終)을 초월치 못했음을 보았을 텐데,대체로 자기 일
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자기 일을 밝히면 저 모든 일을 굴
려 그대 자신의 살림을 삼게 되겠지만 만일 자기 일을 밝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