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P. 210
210 조동록
“가릴 수 없다.”
“ 어째서 가리지 못하십니까?”
“ 내 솜씨가 좋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가.”
3.
한 스님이 물었다.
“노조(魯祖)스님이* 벽을 향해 앉았던 것이 무엇을 뜻합니
17
)
까?”
스님께서 손으로 귀를 막았다.
4.
한 스님이 물었다.
“말이 없을 때엔 어떻게 나타냅니까?”
“ 이쪽을 향해 나타내지 말아라.”
“ 어느 쪽에서 나타내야 합니까?”
“ 어젯밤 삼경에 돈 세 닢을 잃었다.”
5.
한 스님이 물었다.
“나오기 전엔 어떻습니까?”
“ 지난날 나도 그랬다.”
“ 나온 뒤엔 어떻습니까?”
*노조 보운(魯祖寶雲)스님은 학인이 와서 법을 물으면 언제나 벽을 보고 앉아
서 아무 대꾸도 안 하는 것으로 지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