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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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조동록


            못하면 그대들이 여러 성인에게 연(緣)이 되어 주고,여러 성인
            이 그대에게 경계[境]가 되어 경계와 인연이 서로 어울려도 깨

            달을 기약이 없을 것이니 어찌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몸소
            완전히 체득하지 못하면 저 모든 일을 굴려 떨쳐 버릴 수 없을
            것이며,만일 완전히 체득하여 묘함을 얻으면 모든 일을 굴려

            등뒤로 던져두고 하인으로 삼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승[先師]께서 말씀하시기를,‘본체는 미묘한 곳에

            있으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하셨다.이 경지에 이르면 귀천
            (貴賤)도 없고 친소(親疎)도 없어 마치 큰 부잣집 금고지기[守錢
            奴]가 돈을 쓸 때 그것이 무슨 물건인지 모르고 쓰는 것과 같다.

            이 경지에 이르면 승속(僧俗)을 가리지 않는 것이며,청탁(淸濁)
            을 나누지 않는 것이다.이때 만일 낮은 사람이 나서서 주인보

            다 더 좋게 옷을 입고 단장했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는 데야
            어쩌랴.내가 여러분께 말해 주겠다.향해 가는 말[向去語:向上
            語]은 맑고 깨끗하나 일 위의 말[事上語:向下語]은 맑지도 깨

            끗하지도 않으니,무엇을 일 위의 말이라 하겠는가?여기서는
            격식을 벗어난 큰 사람을 가려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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