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1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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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록/祖堂集 211
“그래도 나에 비한다면 석 달쯤은 밥을 더 먹어야겠구나.”
6.
“옛사람이 벽을 향해 앉은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 두 그루의 고운 계수나무가 시들어 가는구나.”
7.
“경전에 말씀하시기를,‘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 원각(圓
覺)을 말하면 그 원각의 성품도 윤회와 같다’하셨다는데 어떤
것이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각을 말하는 것입니까?”
“ 마치 어떤 사람이 객지에서 집안 일을 이야기하는 격이다.”
“ 어떤 것이 그 원각의 성품도 윤회와 같다는 것입니까?”
“ 분명히 도중(途中)에 있구나.”
“ 길을 걷지 않고도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 말할 길이 있으면 원각이 아니다.”
“ 그 말할 수 없는 자리도 유전(流轉)합니까?”
“ 역시 유전한다.”
“ 어떻게 유전합니까?”
“ 또렷또렷하지 않아야 한다.”
8.
한 스님이 물었다.
“눈썹과 눈이 서로를 알아봅니까?”
“ 알아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