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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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조동록
14.
한 스님이 물었다.
“도성 안에서 칼[劍]을 휘두르는 이는 누구입니까?”
“ 나 조산이다.”
“ 누구를 죽이려 하십니까?”
“ 닥치는 대로 다 죽인다.”
“ 갑자기 전생[本生]의 부모를 만나면 어찌하시렵니까?”
“ 무엇을 가리겠는가?”
“ 자기 자신이야 어쩌겠습니까?”
“ 누가 나를 어쩌겠는가?”
“ 어째서 죽이지 않습니까?”
“ 손을 쓸 수가 없어서이다.”
15.
한 거사[俗士]가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누구에게나 있다’했는데 티끌세상에
사는 저에게도 있겠습니까?”
스님께서 손을 펴서 손가락을 꼽으면서 말했다.
“하나․둘․셋․넷․다섯 꽉 찼구나.”
16.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땅에 쓰러진 이가 땅을 딛지 않고 일어
나는 법은 없다’하였는데 무엇이 땅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