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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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65
였던 것이다.
동산스님이 말한,‘나도 어떤 집 처마 밑을 지나왔다.좁쌀 삼태
기 안으로 가라’했던 경우,서로 맞서 사산(四山)을 막으면서 사
산을 막지 않았다.이쯤 되어서는 물통의 밑바닥이 쑥 빠져야 하
리라.말해 보라.동산스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알았느냐?
금닭[金雞]은 유리 껍질을 쪼아서 부수고,옥토끼는 푸른 바다
문을 밀쳐 여는구나.”
35.
야참(夜參)에 등불을 켜지 않았는데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
다.물러난 뒤에 스님은 시자더러 등불을 켜라 하셨다.그리고는
조금 전에 말을 물었던 스님을 불러 나오라 하였다.그 스님이
가까이 앞으로 나오자 스님은 말씀하셨다.
“밀가루 석 냥(兩)을 이 상좌에게 갖다 주어라.”
그 스님은 소매를 털고 물러나더니 여기서 깨우친 바가 있었
다.드디어 의복과 일용품을 다 희사하여 재를 베풀고 3년을 산
뒤에 하직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가게.”
그때에 설봉스님이 모시고 섰다가 물었다.
“이 스님이 하직하고 떠나는데 언제 다시 올까요?”
“ 그는 한번 떠날 줄만 알 뿐 다시 올 줄은 모른다네.”
그 스님은 큰방으로 돌아가더니 의발(衣鉢)아래 앉아서 죽었
다.설봉스님이 올라가 아뢰었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긴 하나 나를 따라오려면 3생(三生)은 더 죽었다 깨어나
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