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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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69


               45.
               한 스님이 물었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는다’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오조
            홍인(五祖弘忍)스님의 의발(衣鉢)을 전수받지 못했습니까?그렇
            다면 어떤 사람이 받아야 마땅합니까?”

               “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자이다.”
               “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자이기만 하면 의발을 전수받습니

            까?”
               “ 그렇긴 하나 부득불 주지 않을 수는 없다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저 ‘본래 한 물건도 없다’고 해도 의발을 전수받기에는 합
            당하질 못하니 그대는 말해 보라.어떤 사람이 합당하겠는지를.

            여기에서 딱 깨쳐 줄 만한 한 마디[一轉語]를 던져 보아라.자,
            어떤 말을 해야겠는가.”
               그때 한 스님이 96마디를 하였으나 모두 계합하질 못하다가

            마지막 한마디에 비로소 스님의 뜻에 적중하자 스님께서 말씀하
            셨다.

               “그대는 왜 진작 이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또 다른 스님 하나가 몰래 듣다가 마지막 한마디만을 듣지
            못하여 드디어 그 스님에게 설명해 주기를 청하였으나 스님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그리하여 3년을 쫓아다녔으나 끝내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러다가 하루는 병이 들어 말하였다.

               “나는 3년이나 앞의 이야기를 설명해 달라고 청하였으나 자
            비를 받지 못하였다.선의로 하여 되지 않았으니 악의로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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