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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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록 21


            결택(決擇)해야지 등뒤에서 마치 물에서 호로병을 누르듯 해서는
            안 되며,대중 앞에서 증거를 내놔야지 얼굴이 붉어져서는 안 되

            기 때문이다.있느냐,있어?나와서 결택해 보아라.없다면 나만
            손해를 보았다.”



               스님께서 법좌에서 내려오자마자 구봉 근(九峰勤)스님이 붙들어
            세우고는 말하였다.

               “오늘은 기쁘게도 동참(同參)을 만났소.”
               “ 동참하는 일이란 어떤 일입니까?”
               “ 구봉은 쟁기를 끌고 양기는 고무래를 끄는 것이오.”

               “ 바로 그럴 때 양기가 앞에 있습니까,구봉이 앞에 있습니까?”
               구봉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이 밀어제치면서 말하였다.

               “동참이라 하렸더니 그게 아니었군.”


               2.
               스님께서 절에 처음 들어가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양기산의 경계입니까?”
               “ 외로운 소나무는 바윗가에서 우뚝하고,원숭이는 산을 내려가
            면서 운다.”

               “ 무엇이 그 경계 속에 있는 사람입니까?”
               “ 가난한 집 여자는 대바구니를 들고 가고,목동은 피리를 불면

            서 물을 향해 돌아간다.”
               스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안개는 긴 허공으로 사라지고 바람은 큰 들판에서 일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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