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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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록 37
과 가고 옴이 어느 곳인들 간격이 있으랴.그렇기는 하나 말해 보
라.내가 뱃머리에 있느냐,배 끝에 있느냐?대중 가운데 간파해
낸 영리한 납승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사람마다 평지에서는 험하다고 하나 누각에 오르고서야 먼 산
이 푸름을 깨닫는다[人人盡道平地險 登樓方覺遠山靑].참구하라.”
1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눈이 와서 그 어디나 눈이 부시게 깨끗한데 황하수는 꽁꽁 얼
어 실오라기만한 흐름도 끊겼다.빛나는 햇빛 속에서 매서움[烈]을
쏟아내야만 하니,매서움을 쏟아냄이여.나타(那陀:비사문 天)의 머
리 위에서 가시덩쿨을 먹고 금강역사의 발 아래서 피를 흘려낸다.
참구하라.”
1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저울추를 밟으니 무쇠처럼 딱딱한데 벙어리는 꿈을 꾼들 누구
에게 말하랴.수미산 꼭대기에는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대고 큰 바
다 밑바닥에선 뜨거운 불을 만났다.참구하라.”
17.
상당하여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강호의 오뉴월 그리워하지 말고 낚싯줄 거두어 돌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