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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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록 53
어찌 스스로 퇴굴하려 하는가.그래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
해 보라.영산의 마지막 한마디[末後一句]를 무어라고 해야겠느냐?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가 오늘은 낭패를 보았다.
나는 그저 ‘방회’로서 구름 깊은 곳에 못난 자신을 숨기고 대중
을 따라 세월이나 보내고 싶었으나 군현의 관료들뿐만 아니라 신
도들도 모두 3보(三寶)를 숭상하여 부처님의 수명을 잇고 법이 오
래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 산승에게 이 절에 주지하게 하였으니 역
시 작은 인연이 아니다.모든 터럭만큼의 재능을 다하여 위로는
황제의 만세를 축원하고 재상들의 천추를 빈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오늘 일은 어떤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내년에 새 가지가 돋아나 봄바람을 귀찮게 하더니 끝내 멈추
지 않는구나.”
2.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 머리는 이고 있으나 책은 짊어지지 않았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생기면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
음이 없어지면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 하였다”하고는 주장자를 들
어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대천세계에 산산이 부서졌다.발우를 들고 향적세계(香積世界)
에서 밥을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