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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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양기록․황룡록
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움직이지 않는 분[不動尊]입니까?”
“ 대중들이여,일제히 힘쓰도록 하여라.”
“ 그렇다면 향과 등불이 끊이지 않겠군요.”
“ 다행히 관계가 없다.”
스님께서 다시 말을 이으셨다.
“모든 법이 다 불법이어서 법당은 절문[三門]을 마주하고,승당
은 부엌을 마주하고 있다.이것을 알았다면 주장자와 발우를 걸머
지고 천하를 마음대로 다녀도 되겠지만 모른다면 다시 면벽(面壁)
을 하도록 하라.”
4.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스님께서는 “도둑질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하고는 다시 말씀
하셨다.
“만법은 마음의 빛이며 모든 인연은 다만 본성의 밝음이라.미
혹한 이 깨달은 이가 본래 없음을 이 자리에서 알면 될 뿐이니,
산하대지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산하대지와 눈앞에 있는 법 모두
가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 있으나 스스로가 믿지 않을 뿐이니,가
히 옛날의 석가가 이전 사람이 아니며 지금의 미륵이 뒷사람이 아
니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나를 두고 모자를 사 놓고 머리를 맞춰 본다[買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