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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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87


               5.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아름다운 물고기 깊은 곳에 있는데 그윽한 새는 오래도록 서
            있구나.”
               그리고는 선상을 치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 사월 초파일은 우리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날로서 나라
            안의 모든 절에서는 부처님을 관욕(灌浴)시킨다.
               기억해 보니 준포납(遵布衲)이 약산(藥山:745~828)스님 회상

            에 있으면서 전주(殿主:불전의 청소나 향 등을 관리하는 소임,지전)
            를 맡고 있을 당시 부처님을 관욕시키는 차에 약산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이것>만 목욕시킬 뿐이구나.<저것>도 목욕시킬 수
            있느냐?’준포납이 ‘저것을 가져와 보십시오’라고 대꾸하자 약산스
            님은 그만두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때에 따라 말을 함에 일언반구도 교묘함이 없었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마음과 힘을 다 써서 계산한다 해도 끝내 그들의
            경계에 도달하진 못한다.대중 가운데서는 생각으로 따wu서 이렇
            게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라 함은 청동불상이며,<저것>이라 함은 법신이다.
            불상은 형체가 있어 씻을 수 있으나 법신은 형상이 없는데 어떻게

            씻을 수 있으랴.약산스님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 도리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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