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P. 86
86양기록․황룡록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동지(冬至)에서 한식(寒食)까지 105일은 묻질 않겠다.모든 스
님들이여,캄캄한 밤중에 바늘귀를 꿰는 한 소식을 어떻게 말하겠
느냐.누가 말할 수 있다면 내가 최고의 값을 쳐주겠지만 못 한다
면 피차가 손해를 보리라.”
그리고는 곧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법신은 모습이 없으나 사물에 따라서 형체를 나타내며,반야
는 앎이 없으나 인연을 만나면 즉시 비춘다.”
그리고는 불자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불자를 일으켜 세움을 법신이라 하니 어찌 이것이 ‘사물에 따
라서 형체를 나툼’이 아니랴.불자를 눕히는 것은 반야라 하니 어
찌 이것이 ‘인연을 만나 즉시 비춤’이 아니랴.그리고는 하하 하고
크게 웃는데,홀연히 어떤 사람이 나와서 나의 멱살을 잡고서 침
한 번 뱉고 한 대 후려치며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 버리고는 나
를 끌고 계단으로 내려간다 해도 나무라지 못하리라.지금은 이미
돼지를 물어뜯는 개와 같은 이런 솜씨가 없으니 내가 도리어 이
법령을 행하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