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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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당 31


               “불이야,불이야!”
               대중이 한꺼번에 승당 앞으로 달려가자,스님께서는 승당 문을
            잠가 버렸다.대중이 어쩔 줄을 몰랐는데 남전스님께서 승당 창으
            로 열쇠를 던져 넣자 스님께서는 곧 문을 열었다.



               스님께서 남전스님 회하에 있을 때였다.우물 누각에 올라가 물
            을 푸다가 남전스님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기둥을 끌어안고 다
            리를 매단 채 소리질렀다.

               “살려줘요,살려줘요!”
               남전스님이 사다리를 오르면서 말씀하셨다.
               “하나,둘,셋,넷,다섯.”
               스님께서는 잠시 후 다시 가서 사례를 드렸다.

               “아까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전스님 회상의 동당과 서당의 수좌가 고양이를 가지고 다투는
            데,남전스님께서 승당으로 들어와서 고양이를 치켜들면서 말씀하

            셨다.
               “말을 한다면 베지 않겠지만,말하지 못한다면 베어 버리겠다.”
               대중이 말을 하였으나 아무도 남전스님의 뜻에 계합하지 못하자
            당장에 고양이를 베어 버렸다.

               스님께서 늦게야 밖에서 돌아와 인사드리러 가니 남전스님께서
            는 앞의 이야기를 다 말해 주고 물으셨다.
               “그대 같으면 고양이를 어떻게 살리겠느냐?”
               그러자 스님께서 신발 한 짝을 머리에 이고 나가 버리니 남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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