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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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당 65
“그대는 불법이 있음을 믿느냐?”
“ 불법 있음을 믿는 것은 옛사람이 이미 말씀해 놓았으나 누가
혹하지 않는 사람입니까?”
“ 왜 내게 묻지 않느냐?”
“ 이미 물었습니다.”
“ 혹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과 지금 사람 사이에 가까운 데가 있습니까?”
“ 가깝다면 가까운 것이겠지만,같은 한 몸은 아니다.”
“ 어째서 같지 않습니까?”
“ 법신은 법을 설하지 않기 때문이다.”
“ 법신이 법을 설하지 않는다면 스님께서는 사람들을 위하십니
까?”
“ 나는 자비심에서 답하고 있다.”
“ 그런데 어찌 법신이 법을 설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까?”
“ 나는 자비심에서 너의 아비를 구하고자 하나 그는 끝내 나오지
를 못하는구나.”
“ 학인이 서로 보지 못한다고 말할 때 그곳에 서로 통함[廻互]이
있습니까?”
“ 서로 통하는 도리를 헤아려냈구나.”
“ 그것을 헤아릴 수 없다면,어떻게 통하겠습니까?”
“ 그렇게 하지 않음은 그대 자신이다.”
“ 스님의 경계를 남들이 헤아릴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