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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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조주록 상
“작용은 없지 않으나 나타나는 건 누구냐?”
한 스님이 물었다.
“공겁(空劫)에도 수행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 무엇을 공겁이라고 하느냐?”
“ 한 물건도 없는 것입니다.”
“ 이것을 비로소 수행이라고 하겠는데,무엇을 공겁이라고 하느
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출가입니까?”
“ 높은 명성도 따라가지 않고,더럽고 허물어짐도 구하지 않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한 법도 가리키지 않고서 무엇이 스님의 법입니까?”
“ 나는 묘산(茆山:唐代 道敎의 중심지)의 법은 설하지 않는다.”
“ 묘산의 법은 말씀하지 않으신다니,무엇이 스님의 법입니까?”
“ 너에게 묘산의 법은 설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더냐.”
“ 그게 바로 스님의 법입니까?”
“ 나는 이제껏 이것으로 사람들을 가르친 적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눈앞에서 홀로 벗어나는 한 길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