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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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조주록 상


               한 스님이 물었다.
               “만국이 와서 조공(朝貢)을 올릴 때는 어떻습니까?”
               “ 사람을 만나도 부르지 말라.”



               한 스님이 물었다.
               “하루 스물네 시간에 어떻게 깨끗이 씻어냅니까?”
               “ 내하(奈河)의 물은 흐리고,서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급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문수보살을 친견할 수 있습니까?”
               “ 이 멍충아!어디 갔다 오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도량입니까?”
               “ 그대는 도량에서 와서 도량으로 간다.전체가 다 도량인데 도
            량 아닌 데가 어디냐.”

               “ 싹이 아직 트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갈라진다.”
               “ 냄새 맡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 그렇게 한가로운 시간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수량을 헤아립니까?”
               “ 하나,둘,셋,넷,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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