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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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조주록 상
“무슨 허물이 있어서입니까?”
“ 그대가 그런 사람을 몰아넣기 때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출가하여 위없는 깨달음을 맹세코 구할 때는 어떻습니까?”
“ 아직 출가치 않았을 때는 깨달음에 부림을 받지만,출가하고
나서는 깨달음을 부릴 수 있다.”
한 선비가 스님 손에 있는 주장자를 보고 말하였다.
“부처님은 중생의 바람을 빼앗지 않는다는데,그렇습니까?”
“ 그렇습니다.”
“ 제가 스님께 손에 든 주장자를 달래도 되겠습니까?”
“ 군자는 남이 좋아하는 것을 빼앗지 않는 법입니다.”
“ 저는 군자가 아닙니다.”
“ 노승도 부처님이 아닙니다.”
스님께서 절 밖에 나왔을 때 한 노파가 밭에서 모종 심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갑자기 사나운 범을 만나면 어찌하겠소?”
“ 마음 쓸 법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님께서 “퉤퉤!”하니 노파도 “퉤퉤!”하였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직도 그게 남아 있구나.”